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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추억의 싸이월드 찝찝한 서비스 오류 및 폐업

2002년 월드컵 이후 컴퓨터를 자주 이용하는 세대들은 누구나 다 하나씩 가지고 있던 싸이월드 마이홈

PC에 모뎀을 꽂고 전화선을 이용한 인터넷을 즐기던 PC통신 시절 이후 다음, 야후 등의 검색포털이 생기며 개인 e메일 이라는 것이 생겼다. 업무용, 개인용 가릴 것 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e메일과 저장공간이 무료로 생긴다는 것은 일반인에겐 정말 커다란 충격이었다. 웹상에 개인적인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일부 능력자들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가 다였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몇 년 후 무료 채팅 프로그램들이 세상에 등장했고 나중엔 나만의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싸이월드 미니홈이었다. 



2020년 11월 12일이 도메인 만료였는데 2020년 5월 26일 폐업했다고 한다.


현재는 위와 같이 메인 홈페이지와 일부 미니홈만 보여지고 있으며 아이디/비밀번호 찾기나 회원가입은 이뤄지지 않는다. 5월 17일부터 정상적으로 로그인이 되지 않았으며 6월 2일 기자가 회사로 찾아갔을 때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고 지난 5월 26일 폐업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고 한다. 대표인 전제완 씨는 연락이 닿질 않으며 별도의 입장표명이 없다. 




열리는 미니홈도 매우 불안정해 보이며 어떤 사진은 보이고 어떤 사진은 안보이고 대부분의 미니홈이 접속하려하면 위 에러 메시지가 보이며 접속이 막히고 있다. 1999년 8월 작은 벤처회사가 창업해 약 20여 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싸이월드.. 이제 놓아줘야 하는 건지 사람들도 있고 기존의 추억이라도 백업받고 싶다는 사람도 있는 상태다.





생각해보면 싸이월드는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백업해주지도 않았고(400kb 한정) 그래픽도 뛰어나질 않았으며, 유료아이템인 도토리를 구입해야지만 배경음악을 깔거나 미니홈피를 예쁘게 꾸밀 수 있었다. 요즘과는 다르게 나를 나타내는 이름이 실명만 가능해 실명이 불편한 사람이나 익명을 원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는 서비스였다. 그때까진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요즘만큼 예민한 건 아니였으니 말이다.  




싸이월드는 친한 관계를 일촌으로 설정할 수 있고 파도타기라는 기능을 이용해 일촌의 다른 일촌을 찾아보고 미니홈피를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사진이나 게시글의 공개범위를 조정할 수 있었지만, 잘 모르던 사람들의 사생활은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요즘 페이스북의 몇 년 전 오늘 서비스처럼 투데이 히스토리라는 기능이 있었는데 매해 같은 날에 등록한 콘텐츠를 다시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다만 지금 페이스북처럼 내가 확인하고 공개하는 것이 아닌 일촌이면 누구나 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공개, 비공개도 설정할 수 없는.... 참 생각해보면 개인 사생활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시기다.




싸이월드 전엔 아이러브스쿨이라는 동창 찾기 서비스가 있어 같은 연락이 끊긴 예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고 세이클럽, MSN 메신저, 버디버디 등 채팅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온라인으로 많은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랜선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 프리챌이라는 검색, 커뮤니티 사이트가 등장해 그 당시 검색포털 1위였던 야후를 위협하고 회원수 1,000만명 돌파, 온게임넷을 후원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초가되는 사이트가 서비스 되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사이트 운영에 한계를 느낀 전제완 사장은 사이트 유지를 위해 커뮤니티 유지를 위해 유료화 정책을 시행했다. 커뮤니티 운영자가 월 3,300원만 지불하면 최대 5개까지 커뮤니티를 운영, 유지할 수 있는 괜찮은 정책이었는데, 너무 짧은 시간에 해당 정책을 밀어붙이고 유료화하지 않으면 해당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강경책을 펼친 결과 많은 사람은 프리챌을 떠나게 된다. 이후 커뮤니티의 맛을 본 유저들은 다음카페와 싸이월드 클럽 등으로 흡수된다.



이후 싸이월드는 프리챌의 커뮤니티 인원도 흡수하고 그 당시 국민 메신저였던 네이트온과 연동하는 서비스를 보여주며 단숨에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 지금으로 치면 국내 메신저 1위앱인 카카오톡이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서비스를 보여준 격이다. 네이트는 이 당시 포털, 이메일, 메신저, 채팅 시 파일 주고받기 등 경쟁자들보다 편리한 기능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싸이월드가 붙 게되니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이용한 유료아이템 외에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시대가 조금씩 바뀌며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모바일 시장도 커졌지만, 싸이월드는 PC기반의 콘텐츠만 고집했고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하는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른 서비스에 밀려 현재 상태까지 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비슷하게 경쟁하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함께 발전해가며 더 좋은 발전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도토리로 인한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사이트 운영에 비용이 계속 들어가니 지속적인 적자였을 것이다. 2016년 1월 와디즈 펀딩을 이용해 싸이월드의 주식을 보상으로 펀딩을 진행했다. 목표금액은 5억이었지만 총 250명이 약 4천만 원을 펀딩하는 데 그쳤다. 대체할 서비스들이 생겨났고 내 비용을 지불해가며 보존할 중요한 추억들은 미리 백업을 한 건지 예상외로 아주 처참한 성적이었다. 기업가치는 약 50억 원 정도로 평가받았다지만 이미 사람들의 마음이 떠난건지....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2016년 7월 에어라는 업체가 싸이월드를 인수했는데 에어의 대표는 전제완씨로 과거 프리챌의 대표다. 위에 얘기한 것처럼 싸이월드는 프리챌 유료화로 탈퇴한 회원들을 흡수해서 성장한 회사라는걸 생각하면 역시 사람의 미래는 진짜 모르는거다.





2017년 삼성벤처에서 50억을 투자한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투자 후 사용자들의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뒤늦게 이런저런 콘텐츠를 추가하고 집과 황금을 주는 광고를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했지만, 투자 금액이 당시 상황을 뒤집을 정도로 큰 금액이 아니었고, 투자 시기도 늦었다는 평이 많다. 싸이월드가 말없이 폐쇄 시 유료아이템인 도토리를 뱉어내야해서 꾸역꾸역 서비스를 이어나간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이 와중에 2019년 10월부터 사이트 접속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청원도 걸리는 등 불안 불안하더니 회사 폐업 후 사이트는 먹통인 상태가 되었다. 약 20여 년 동안 수많은 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가 있었고 잊혀지고 사라지는 걸 봐왔는데 싸이월드는 일반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떠나 사람들의 추억을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아직도 많은 사람에겐 큰 의미로 남아있는 것 같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자본이 부족하거나 서비스의 인기가 떨어져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종료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의 기억과 기록이 남아 있어 마치 책장 속 오래된 앨범을 보는듯한 감정을 다들 같으리라. 이대로 지나간 추억이 될지 아니면 또다시 기적처럼 살아나 서비스를 재개할지...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